딸들의 합창

딸들의 합창-여섯-

좁은길을 걸으며 2019. 11. 30. 13:44

6. 딸 Quynh 이주란


내가 인사대학교에 갔을 때이다.
그때만 해도 베트남이 낯설고 그냥 영어할 줄 아는 학생들 만나면 대화할 정도였다.
그런데 호치민인문사회대학교가 조선대학교랑 협력해서 교류하고 한국어 교수가지 파견했었다.
그래서 한국어과, 동양학과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여기서 베트남을 배우고 싶어서 자문을 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등록은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나는 뀐Quynh이라는 학생을 만났다. 지금은 주란이라고 부른다.
아주 작고 야무지게 생긴 학생이었다. 다정다감하게 다가오길래 근처의 롯데리아에 가서 햄버거도 시켜 먹고 얘기를 나눴다.
그 이후 몇 번 만나면서 그녀는 "제 아빠라고 하면 되겠네요!" 한국어 말했다.
이 학생은 '아빠'라는 표현보다는 '아버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한가 보다.
그런데 "저는 불교예요." "괜찮아요.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다 그랬었어."라고 대답했다.



어느 날 내가 호치민기술사범대학교에서 일할 때 그녀는 나를 찾아왔다.
"아버지, 제가 여기에서 일하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괜찮겟어요?" "잘 됐네."라고 대답했다.
그러는 중 항상 아빠의 얼굴을 보니까 좋은가 보다.
그러다가 내가 하노이로 간 바람에 자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도 아빠를 늘 보고 싶다고 말한다.
가끔씩 호치민에 출장을 하게 되면 만나서 밥을 먹으며 얘기도 나누곤 했다.



한번은 투이Thuy란 아가씨가 한국 남원의 한 청년과 결혼약속을 하게 되었다.
전요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40세의 청년이 하도 장가를 가고 싶어해서 내가 중매를 했다.
투이와 요한 두 사람이 만나자 마자 서로 좋아하는 눈빛이 영력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 다 예수님 잘 믿는 사람을 원했었는데 그래서인지 서로 금방 뜻이 통했던 것 같다.
투이가 우선 서류를 준비하고 혼인절차를 밟는 동안에 뀐이 그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로 했다.
그래서 나의 코치를 받고 3개월 동안 한국어를 가르쳤다. 그러면서 딸과 나는 인연이 깊어졌다.


3년 전 내가 한국교회에 오신 친구와 그 교우들을 모시고 갔을 때이다.
성례식을 하려는데 마땅히 통역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뀐을 불렀다. 그때 남자친구랑 같이 왔다.
친분이 있는 변호사 사무실을 이용해서 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다 끝나고 나서 하는 말이 "아버지, 꼭 저에게 이런 일을 시켜야 해요? 나는 정말 부처님께 미안했습니다."
나는 이해가 갔다. "내가 미안하다. 나는 네가 그렇게까지는 생각을 안 할 줄 알았는데...!"하고 말했다.
"아버지는 제가 불교라서 싫죠?"라고 했다. "아니야, 나는 그런 생각 안 했어!"라는 말로 떠넘겼다.


그녀는 1년 반 정도 한국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한국어 가르치는 것이 즐거운가 보다.
벌써 호치민사범기술대학교에서 일한지도 7년이나 되었다.
어느 날 내가 일부러 방문을 했다. "왜 시집 안 가니?"라고 했더니, "좋은 남자가 있어야죠?"라고 한다.
"네가 지나번 나에게 소개했던 그 남자 아주 착하게 생겼던데!" 했더니 "그 남자랑 헤어졌어요!"라고 한다.
"아버지, 좋은 남자 있으면 결혼할 건데 아직 없네요."라고 했다.



뀐이 지금도 나에게 연락을 한다. 지난 번 하노이에 왔을 때 꼭 만나자더니 같이 왔던 일행과 일정이 꼬인 바람에 못 만났다. 며칠 전 통화를 하면서 "아버지, 저 한국의 어머니 한 분 생겼어요. 경상도에 사는데 기회되면 아버지께 소개할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기회되면 볼 수도 있겠구나!"하고 대답을 했다.
우리는 끈끈하게 좋은 관계를 오랜동안 유지하고 있다.
마음이 착한 딸이다. 역시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된 것 아니다. 예수 안에 있으면 창의적인 생각과 더 밝은 꿈과 지전을 가지고 인생을 살 수 있을텐데 말이다.
아무튼 그녀가 훗날 꼭 훌륭한 여성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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