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얘기

고구마

좁은길을 걸으며 2020. 12. 17. 00:20

가족 살린 고구마

1960-1970년 그때 그 시절

가정의 최고의 효자였지! 

진감자라고도 불렀던 고구마가 온 식구의 겨울 식량으로

마음의 넉넉함을 더해주었지!

매일 낮이면 밥 대신 고구마 반바게스를 찌면

신건지(동치미)랑 배추김치랑 함께

배를 채우곤 했었지!

영양 만점에다가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어 변비도 없어지죠

그 시절이 그립다

오늘도 난 고구마를 먹었다

이국 멀리에서 먹는 고구마 또한 별미이다

1kg에 1000원이다

서너 가지 종류의 고구마가 나와있다

나는 압력솥에 찌기 때문에 넣고 찌면 꿀맛으로 변하는 고구마를 자주 사곤 한다

이처럼 맛있는 고구마는 물리지 않고 언제 먹어도 맛있다

 

딸 복경이가 고구마를 좋아해서 날마다 삶는다

밥을 맛있게 먹다가도 고구마만 보면 눈길이 고구마로 향한다

오죽하면 "너 바보다 고구마를 좋아하면 다음에 고구마 안 사 온다"며 조크를 보내기도 한다"

속으론 "이거 먹어서 해 되기 보다는 오히려 밥보다 나으니...!라고 중얼 댄다

이 효자가 상품이 한국 뿐만아니라

옛날부터 중국을 거쳐 수많은 인류의 구세주나 된 것처럼

항상 우리 곁에 있어주었다

추운 겨울이면 길거리에서 구워 파는 고구마 냄새

그냥 못 지나가지요

천 원 한 장이면 서너 개를 주던 때도 있었지요

여기도 요즘 겨울이라서 군고구마 장사가 있어요

군 것 더 맛있죠

나도 오랜 된 프라이팬에다가 고구마를 아침마다 구었던 때가 있어요

고3의 내 딸 은혜를 학교 보낼 때

이걸 구워 먹이며 기분 먹이곤 했었죠

고구마는 조선 초기 우리나라에 발을 딛었죠

왕들이 이걸 보고 얼마나 놀랐었을까요

백성들의 굶주림을 면할 효자가 나타났으니 말이에요

얼마나 달고 맛이 있었으면 이것을 감저(甘藷)라고 했을까요

그나저나 이 감저가 일본 말과 엉켜서 고구마로 명명했지만

하여간 우리 시골에서는 하지 감자와 구분하기 위해서 진감자라고 불렀어요

고구마를 어떻게 생산하는지를 직접 보며 자랐죠

고구마를 심기

일찍 심으려면 3, 4월 경에 따뜻한 곳에서 고구마 싹을 띄워야 한다

어렸을 때 지켜보았다

그 후 날이 따뜻해지면 온상이나 노상에 갖다 심는다

고구마 한 개에서 자란 여러 줄기를 한 뼘가량씩 컷트하면 100여 개의 모종이 된다.

먼저 밭을 갈아서 두둑을 만들되 흙을 부드럽게 해 줘야 한다

비오기 전 날이나 비 오는 날 심으면 활착이 잘 돼서 좋아요

황토가 좋다

밑거름은 필요가 없다 거름이 많은 땅에 심으면 고구마 실이 생긴다

잘라 놓은 모종을 밭에다 갔다 심으면 되는데  50센티미터 간격으로 심으면 밑(고구마)이 잘 든다

비가 오면 쭉쭉 줄기가 뻗는다

줄기만 무성해서는 안 된다

영양분이 고구마 뿌리로 가야 하는데 잎과 줄기로 집중되면 밑이 잘 들지 않는다

따라서 줄기가 적당히 뻗되 뿌리에 영양분이 축적이 되도록 해 줘야 한다

자, 밑이 잘 든 고구마 밭에 가면 두럭의 땅 금이 짝짝 벌어져요

고구마 서리할 때 이런 것만 골라서 발로 뚝 차면 고구마가 나오죠

나도 고구마 서리 경험이 있었는데 죄의식보다는 재미로 그랬어요

대체적으로 제일 가양으로 심은 고구마가 밑이 더 잘 들죠

햇빛과 통풍이 잘 드는 곳이라서 그런 거죠

 

심은지 110일이 지나면 수확기가 된다

고구마 캘 때가 재밌다

큰 고구마가 나오거나 한꺼번에 대여섯 개 이상이 매달려 나오면 집에 갖다가 장식용으로 걸어놓고 싶다

쇠스랑이나 괭이로 캘 때는 고구마가 다치지 않게 캐는 것이 기술이었다

아무리 맛 좋은 종자 고구마라도 보관성이 좋아야 한다

항상 15도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곳에 보관 해야 하고 쥐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

 

고구마의 종류는 그냥 밤고구마 물고마 그랬었다

문제는 토질이 중요하다

요즘 호박고구마니 꿀고구마니 하는 개량종으로 인해 품종이 달라지긴 했다

토질이 사양토 중에서도 황토 땅에 심어야 때깔도 좋고 맛있다는 상식이다

질소가 많거나 석회질이 많은 많은 안 좋아요

특히 굼벵이도 조심해야 해요

땅이 부드럽지 않으면 고구마가 갈라지거나 울통불통해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수확을 서리가 오기 전에 해야 한다는 거죠

사실 고구마는 열대성을 좋아하는 채소이기 때문에 그래요

그래서 보다 일찍 캐서 꼬돌꼬돌하게 말려서 상자에 넣어 겹치지 않게 하고

신문을 깔고 다시 쌓곤 해서 봉하되 공기구멍을 내줘야 해요

살아있는 식물인지라 숨통을 막아버리면 썩어요

다시 강조하지만 섭씨 5도 이하이면 금방 썩어버려요

보관할 때 꼭 15도 이상을 유지해 주세요

너무 건조해도 안 돼요 습도가 60도 정도면 좋아요

쥐 조심!!!

생고구마인데도 쥐는 어떻게 냄새를 잘 맡는지 모른다

틈새만 있으면 기어들어와서 맛있게 갈아먹고 사라진다

쥐로 틈 탈 기회를 주지 마라

한 번 알면 흙벽을 뚫고서라도 들어온다

어린 시절 쥐잡기 좋은 날 고구마 두지에 쥐가 들어오면

때론 줄을 지어 들어온다

자는 척하다가 들어온 구멍을 막고

쥐 타작을 한다

한꺼번에 열 마리를 잡을 때도 있다

요즘 아이들 같으면 기겁하겠지만 우리 어릴 땐 사내라면 다 쥐를 잘 잡았다

쥐가 도망치다가 벽지 속으로 딱 붙어서 쥐 죽은 척하는 녀석도 잡아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쥐가 맛본 고구마는 더 달다

어찌나 맛을 잘 아는지 그 놈들은 맛의 천재다

 

고구마를 삶을 때는 고구마 종류에 따라 좀 달라요

나는 요즘 압력솥에 호박고구마를 쪄서 먹고 있어요

되도록이면 물을 반 컵만 넣고 끓이죠

그래도 맛있게 잘 익어요

밤고구마 경우는 다 찐 후에 바로 꺼내세요

그래야 제 맛이 나요 안 그러면 색깔이 변하고 맛도 감소돼요

옛날에는 고구마를 썰어서 말리기도 했어요

과자를 만들어 먹으려고요

여기서부터는 나의 영역은 아닌 것 같네요

고구마 줄기는 소도 좋아하고 겨울에 토끼가 좋아하죠

고구마 순 따다가 일일이 벗겨서 나물도 묻혀 먹곤 했는데

약간만 익혀서 김치처럼 만든 게 제일 맛있더라고요

나더러 하라고 해도 자신감이 있어요

효자 얘기는 여기서 맺으려고 해요

특히 다이어트에 좋으니까 많이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