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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그는 유머 감각에도 뛰어났다

좁은길을 걸으며 2009. 8. 22. 12:29

 뛰어 DJ "난 유머 많고 부드러운 남자" 

 

퍼온 기사

 

"어떤 연예인들보다 더 카메라 앞에서 여유 있고 유머가 있으셨어요. 그 분이 말씀을 하시면 사람들이 굉장히 즐거워했거든요"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칭찬합시다' 등을 연출한 김영희 PD는 김 전 대통령을 "화법이 사람을 배려하면서도 위트가 있는 유쾌한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 '살려주세요'가 아니라 '뜻대로 하소서'…나 서운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김 전 대통령은 누구보다 유머감각이 뛰어난 대통령이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유머를 모르고는 그분의 전체를 알 수 없다"고 하는 등 측근들은 김 전 대통령을 "죽음 앞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분"으로 추억한다.

한 번은 김 전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 얘기가 주변인들의 폭소를 자아낸 적이 있다.

"사실 죽는 것은 겁났다. 한참을 고민하다 바르게 살자고 결심했다. 큰소리는 쳤지만 사실은 살고 싶어 재판정에서 재판관 입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기징역만 받았으면 했다. '무' 하면 입이 나오고 '사' 하면 입이 찢어지게 보일 것 아닌가"

김 전 대통령이 정계 복귀 직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한 유머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면서 특유의 유머감각을 지니신 분으로 기억되고 있다.

"내가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있는데 하루는 집사람이 면회와서 기도를 하는 것이다. 나는 집사람이 하나님께 '남편 살려주세요' 하고 기도할 줄 알았는데 집사람은 '하나님 뜻대로 하소서'하는 거예요. 그때 나는 서운했다."

언젠가 한 측근이 남미여행에서 돌아와 토산품을 선물하며 "이것이 악운을 쫓고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한다"라고 말하자 김 전 대통령은 "이 사람아, 이런 것은 진작 주어야지"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또 개그맨 심현섭이 자신의 성대모사로 인기를 누리는데 대해 "나를 흉내 내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서 로열티도 내지 않고 과일상자 하나 안 보냈어요"라며 익살스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 사실은 유머 많고 부드러운 남자

김 전 대통령은 외워서 하는 유머보다 순간순간 대처하는 순발력이 뛰어나다.
한 동교동 인사는 "어색하거나 불쾌한 분위기에 제압당하지 않고 여유를 갖고 사물을 바라봐야 유머가 가능한 것인데 김 대통령은 엄청난 독서량에 투옥과 망명,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수 차례 넘겼기 때문인지 유머감각이 탁월하다"며 특유의 유머감각을 지닌 전 대통령의 모습을 추억했다.

자서전에서도 김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해 '대통령 선거를 할 때마다 과격하고 강경하다는 오해'에 시달렸지만 사실은 유머가 많고 부드러운 남자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서전 '내가 사랑한 여성'에서 "나는 아내에게도 자주 농담을 하고 골려주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아내는 모든 것을 곧이곧대로 들어버려 난처할 때가 많다"며 "사실 나는 수도 없는 각종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대중들을 잘 웃기고 가벼운 농담으로 모임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편"이라고 했다.

또 그는 "선거전에서 나의 토론이 장시간 방영되고 하면서 나의 유머 감각이 조금 부각 된 것 같다"면서 자신 본래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웃음을 좋아하고 그 의미를 알다보니 웃음을 만들 기회가 있으면 아낌없이 실천하면서 살아왔다는 김 전 대통령은 특히 개그우먼 이성미 씨와 김미화 씨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성미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곤 했다는 김 전 대통령은 또 김미화 씨에 대해서는 그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흠뻑 반했을 정도로 개그프로를 좋아했다.

기회가 되면 자신이 알고있는 우스꽝스런 이야기들을 가지고 개그맨들과 한바탕 유머 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할 만큼 개그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 글 속에도 유머 발휘

김 전 대통령의 유머감각은 특히 그가 쓴 글 속에도 발휘돼 읽는 이들을 웃음 짓게 한다.
"거미는 생긴 모양을 보면 도저히 친해질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거미가 감옥 생활의 무료를 달래 주고 흥미를 주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감방 천장에는 여기저기에 거미가 줄을 치고 산다. 내가 관찰한 바로 거미는 깔끔하고 의심이 많은 곤충이었다. 녀석은 죽은 파리는 잘 먹지 않고 살아있는 파리라 해도 사람이 보고 있으면 결코 접근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파리를 잡아서 거미줄에 걸어 줄 때 파리가 아주 죽지 않을 정도로 살짝 때려잡았다. 이것은 약간의 기술을 요하는 것이다. 또한 잡은 파리를 거미줄이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걸어 주는 것도 어려운 동작이다. 나는 몇 번의 반복 동작을 통해서 기술자가 다 되었다. 그런 후 녀석의 식사를 관찰하려면 방구석으로 몸을 숨겨야 했다." - < 내가 사랑한 여성 > 中 -

이제 고인이 되어 떠나간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유머는 남아 있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과 함께 눈물을 머금게 하고,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깊어지게 한다.